[월간조선]아프리카에 희망을 심는 한국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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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조회 5,314 조회 날짜 12-02-07 16:18내용
[케냐·탄자니아·르완다 3國 현지취재] 아프리카에 희망을 심는 한국인들
국제청소년연합(IYF), 아프리카 5개국에서 월드캠프 열고
문화예술공연, 의료봉사활동 펼쳐
⊙ 아프리카에서 만난 한국 기업인들, “아프리카는 우리가 버릴 수 없는 땅”
⊙ 케냐는 大選 둘러싼 종족 간 유혈충돌로 한 달 새 1500여 명 사망
⊙ 인종분쟁, 종교분쟁이 없는 자원 富國 탄자니아
⊙ 학살의 땅 르완다는 지금 새마을운동의 모델 국가로 변신 중
⊙ 중국인들, 자원확보 위해 대대적으로 아프리카에 투자
李相欣 月刊朝鮮 기자 (hanal@chosun.com">hanal@chosun.com)
■ 종족 간 유혈충돌의 아픔 겪은 케냐 ■
새벽 5시40분,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에 도착했다. 나이로비 공항을 빠져나오자 黎明(여명) 사이로 잔뜩 흐린 케냐의 하늘이 눈에 들어왔다.
해발 1700m에 위치한 나이로비는 연평균 기온이 17도, 하늘은 일주일에 하루 이틀을 제외하고는 금방 비라도 퍼부을 듯이 항상 구름에 가려 있었다. 필자가 도착한 날 아침 기온은 14도로 한국의 초가을 아침 같은 기운이 전해졌다.
40분 정도 고속도로를 달려 나이로비 시내에 있는 사파리 파크 호텔에 도착했다. 이 호텔은 故(고) 전낙원 파라다이스그룹 회장(2004년 작고)이 1974년 문을 연 곳이다.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 중심가. 나이로비는 동아프리카의 관문 역할을 하는 도시로 GE, 구글, 코카골라 등 많은 국제기업이 들어와 있다.
호텔에 이르는 길에 나이로비 거리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필자의 머릿속에 있는 아프리카에 대한 인상은 전쟁과 기아, 야생동물이 노니는 원시 대자연의 모습 정도였고, 아프리카 나라의 도시 이미지는 별로 기억나는 것이 없었다.
나이로비는 인구 300만명, 700㎢의 면적을 가진 東(동)아프리카 최대의 도시다. 시내는 세상에 있는 일본 중고차는 모두 모아놓은 듯했다. 중고차에서 뿜어져 나오는 시커먼 매연 때문에 목이 금방 칼칼해졌다. 지난 수년째 극심한 가뭄까지 더해져 나이로비 시내는 먼지 공해까지 겪고 있었다.
도로변에는 두꺼운 겨울옷 차림을 한 사람들이 성큼성큼 걷고 있었다. 현재 케냐 인구는 3800만명 정도인데 실업률이 40%에 이른다. 장기간의 가뭄으로 케냐의 主食(주식)인 옥수수 작황이 좋지 않아 인구의 3분의 1인 1000만명 정도가 기아에 직면해 있다.
현지 교민들은 “걸어다니는 사람이 많은 것은 교통비를 낼 여력이 없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나이로비에서 후루사토라는 韓食(한식) 겸용 일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교민 이민수씨는 “음식값을 제외하고는 케냐의 물가가 한국보다 더 비싸다”고 말했다.
아프리카 도시에 대한 편견
나이로비의 모이 스포츠 센터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국제청소년연합(IYF) 케냐 세계대회 개막식 모습.
필자는 인도에 두 번 가 본 적이 있다. 인도의 도시 어디를 가든 거지, 노숙자, 빈민, 시궁창, 쓰레기가 일상이 되어서 나중에는 이를 보는 것이 무감각해질 지경이었다. 아프리카의 도시 풍경도 인도와 비슷하거나 좀 더 지저분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이로비 공항을 빠져나오는 순간, 이런 생각이 편견이었음이 드러났다. 행인과 자전거, 세발택시, 소와 개, 쓰레기가 뒤섞여 있는 인도의 거리보다 훨씬 정돈되고 깨끗한 모습이었다.
이는 탄자니아와 르완다의 首都(수도)도 마찬가지였다. 해변을 끼고 있는 탄자니아의 수도 다르에스살람은 여느 유럽의 휴양도시 못지않게 아름다웠으며, 르완다 수도 키갈리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깨끗하게 정돈된 도시 중의 하나였다. 이들 도시의 路面(노면) 상태도 비교적 양호해 교통체증이 없는 곳이라면 자동차는 충분히 자기 속도를 내면서 달릴 수 있었다.
필자가 아프리카를 찾은 것은 ‘국제청소년연합(IYF: International Youth Fellowship) 아프리카 월드캠프’를 취재하기 위해서다.
국제청소년연합(IYF)은 기쁜소식선교회를 이끌고 있는 朴玉洙(박옥수·65·기쁜소식강남교회 담임목사) 목사가 청소년 善導(선도) 사업을 위해 설립한 단체로, 해마다 국내외에서 대규모 청소년 세계대회(월드캠프)를 개최하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 말레이시아, 오스트리아, 아프리카 5개국 등 모두 11개 나라에서 월드캠프가 열렸다.
아프리카 대륙에서는 작년에 케냐에서 첫 세계대회를 개최했고 올해 가나, 토고, 케냐, 탄자니아, 르완다 5개 나라로 확대한 것이다.
IYF에서는 이번 아프리카 월드캠프 행사에 90명 정도의 의료봉사단을 구성, 5개 나라에 고루 파견했다. 이들 의료봉사단은 모두 自費(자비)로 월드캠프에 참여했다.
호텔에 짐을 푼 필자와 의료봉사단은 월드캠프가 열리는 곳으로 이동했다. 대회 장소는 호텔에서 걸어서 15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기쁜소식선교회 나이로비 교회였다. 교회 부지는 군대의 1개 대대급 막사가 충분히 들어갈 정도로 넓었다.
세계대회의 일정이나 행사내용은 대회가 개최되는 나라별로 조금씩 다르지만 전체 내용은 대체로 비슷했다. 공연 프로그램은 청소년 댄스, 세계 여러 나라의 전통무용, 태권도, 통기타 공연(4인조 남성 보컬팀 리오몬따냐), 합창단 공연 등으로 꾸며져 있었다. 공식 행사 외에 각 나라에 파견된 의료봉사단이 지정된 장소에서 의료봉사 활동을 펼쳤다.
키쿠유족과 루오족의 유혈충돌
케냐에서는 2007년 12월 말 대통령 선거 후 부정선거 논란으로 소요사태가 발생했다. 키쿠유족의 키바키 대통령이 야당인 루오족의 오딩가 대통령 후보를 누르고 再選(재선)에 성공하자, 오딩가 후보 지지자들이 부정선거라며 폭동을 일으킨 것이다. 케냐의 兩大(양대) 종족인 키쿠유족과 루오족 간의 격렬한 유혈 충돌로 한 달 만에 1500여 명이 사망했다.
2008년 4월 키바키 대통령은 오딩가를 총리로 기용, 양측은 대연정에 합의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정국 혼란으로 관광객이 급감하고, 외국 투자자들이 불안에 떨고 있었다. 이런 때 국제청소년연합이 케냐에서 세계대회를 열겠다고 하자 케냐 정부는 크게 환영했다고 한다.
IYF 아프리카 회장인 金載弘(김재홍) 목사(기쁜소식선교회 나이로비 교회 목사)는 “폭동 이후 처음 열리는 국제행사였고, 행사 내용도 自國(자국) 청소년들을 위한 것이었기 때문에 케냐 정부가 물심양면으로 지원해 주었다”고 말했다.
월드캠프 개막식은 부천 링컨하우스스쿨(링컨스쿨) 학생들의 전통 북 공연과 댄스 공연으로 시작됐다. 링컨스쿨은 국제청소년연합에서 세운 대안학교로, 이 학교 학생들은 이번 아프리카 세계대회에 공연팀을 꾸려 참여했다.
이날 개막식에는 현지 학생들로 구성된 태권도팀의 시범공연이 펼쳐져 큰 인기를 끌었다. 이 태권도 팀은 부산에서 온 한국인 사범 金鍾三(김종삼·38)씨가 지도한 것이다.
공연이 끝난 후 IYF 설립자인 박옥수 목사의 설교가 이어졌다. 개막식에는 케냐의 청소년부 부장관 와비냐 은데티(女)가 참석해 케냐 청소년들에게 희망을 가질 것을 역설했고, 개막식 다음날에는 칼론조 무쇼카 케냐 부통령이 찾아와 참가자들에게 특강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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