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사]MSD청년슈바이처상 수상자 박소영 전공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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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조회 9,117 조회 날짜 13-11-26 16:42내용
[청년의사가 만난 사람]
본지와 한국의료윤리학회가 주최하고 한국MSD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가 후원한 ‘제13회 MSD청년슈바이처상’ 사회활동부문 수상자로 서울아산병원 응급의학과 박소영 전공의가 선정됐다.
예과 2학년 때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간호사 ‘두두’를 만나 ‘의료봉사’라는 새로운 꿈을 꾸고, 두두와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매년 아프리카로 봉사를 떠났던 박소영 전공의에게 슈바이처상 심사위원들은 “진정한 청년의사이자 명실상부한 아프리카 봉사의 글로벌 리더”라고 치하했다.
마음에 심은 ‘꿈’이라는 작은 씨앗에 ‘희망’이라는 물과 거름을 주면 하루가 다르게 꿈이 자란다고 말하는 박소영 전공의. 그는 두두와의 어떤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아프리카로 떠나게 됐으며, 지금 또 어떤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일까.
지난 13일 서울 역삼동 소재 ‘더 라움(The RAUM)’에서 열린 ‘제1회 나눠드림 콘서트’에서도 드림워커로 선정돼 상을 받은 박 전공의를 만나 그의 꿈에 대해 들었다.
두두와의 약속
박 전공의가 두두를 만난 건 예과 2학년이었던 지난 2003년, 전 세계 대학생들이 모이는 ‘월드캠프’에서다(당시 월드캠프는 우리나라에서 개최됐었다).
수능성적에 맞춰 진학한 의과대학에서 아무런 목표의식 없이 하루하루를 보냈다는 박 전공의는 우연히 참가하게 된 월드캠프에서 1~2살 많은 두두를 만나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게 됐다.
“두두는 제게 현지어로 노래도 불러주고 아프리카에 관한 많은 얘길 해줬어요. 우리는 금세 친해졌죠. 두두는 꿈 없이 지루한 의대생활을 하고 있던 저에게 ‘네가 나중에 아프리카에 와서 에이즈로 죽어가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까지도 치료하는 의사가 됐으면 좋겠다’고 얘기했어요. 처음으로 제가 의사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걸 깨닫게 됐죠.”
두두의 한 마디는 ‘열심히 공부해서 성적만 잘 나오면 되지’라고만 생각했던 박 전공의의 영혼 없는 삶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고 한다. 월드캠프를 다녀오고 나서도 두두의 말을 가슴에 새기고 다양한 봉사활동 캠프에 참여했던 그는 본과 2학년이 된 2006년 두두를 만나기 위해, 또 다른 봉사를 실천하기 위해 1년 간 휴학하고 생전 처음 아프리카(남아공)로 떠났다.
아직은 의사면허가 없던 터라 의료봉사는 못했지만 아프리카 주민들에게 태권도 등 한국의 문화를 전하고, 그들과 한 마디라도 더 하기 위해 영어를 열심히 공부하기도 했다.
“아프리카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부터 가난한 사람들까지 만나본 것 같아요. 생김새, 살아온 환경은 달랐지만 얘길 나눠보니 통하는 게 많더라고요. 한국에 비하면 굉장히 열악한 환경이었지만 그들과 함께 한 1년 동안 처음으로 ‘행복’이라는 것을 느꼈어요.”
하지만 정작 만나고 싶었던 두두는 에이즈와 결핵 등의 합병증으로 그가 아프리카에 오기 직전 세상을 떠났다.
“두두를 영정사진으로만 본 후 ‘내가 왜 여길 왔지’라는 고민을 하며 한 달을 보냈어요. 그런데 문득 두두가 제게 했던 얘기가 생각났어요. ‘그만 슬퍼하고 두 사람 몫의 삶을 살면서 두두의 바람을 이뤄줘야지’ 다짐을 하게 됐죠.”
작은 소망에서 출발한 생명 살리기 프로젝트
그 후 박 전공의는 본과 4학년 때 약식으로 해외봉사를 다녀왔고, 인턴 시절 우연히 보름 동안 휴가를 내 케냐로 의료봉사를 하고 왔다.
“(그곳에서) 에이즈에 걸린 환자와 그의 자녀들에게 약 처방 밖에 할 수 없었는데, 그때 ‘의사가 생각보다 해줄 수 있는 게 많지 않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몹시 마음이 아팠어요. 그런데도 햇병아리 의사였던 제게 연신 ‘God bless you’라고 말하면서 제 말 한 마디라도 놓칠세라 귀를 쫑긋 세우는 그들을 보면서 ‘더욱 열심히 노력해서 훌륭한 의사가 돼야지’ 생각했죠.”
환자의 몸과 마음을 치료하는 의사가 되겠다는 박 전공의의 바람이 통했는지 올해 초 아프리카에서 인연을 맺은 한 살배기 합지증 환아를 도울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SNS에 이 아이의 사진과 함께 ‘도와주고 싶다’는 글을 남겼는데, SNS를 통해 연락을 주고받던 분들이 자기도 도와주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들과 함께 추석연휴 동안 (환아의 현지 수술비 마련을 위한) 후원음악회를 열기로 했어요. 한 분은 자신의 레스토랑을 장소로 제공했고, 몇 분은 음악가인 지인을 초대해서 구색을 맞췄어요. 100여분이 후원음악회에 참석했고 600여만원이 후원금으로 모였죠. 그 후에도 몇몇 분들이 후원을 해줘서 후원금이 늘었어요. 하하.”
몇 주 전 합지증 환아의 1차 수술이 현지(케냐)에서 이뤄졌다. 후원금으로 3차 수술비용까지 현지 병원에 납부하고, 몸이 불편한 아이의 아버지가 생활비를 마련할 수 있도록 작은 가게를 차려줬다. 한 아이를 살리겠다는 그의 작은 소망이 결국 이뤄진 것이다.
의료봉사=마음의 힐링
의료봉사는 곧 ‘마음의 힐링’이라고 말하는 그는 얼굴색도 자라온 환경도 다른 아프리카 출신의 두두와 인연을 맺으면서 의사로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 그런 그가 이제는 아프리카에 대학병원을 지어서 에이즈를 포함한 수많은 병을 치료하고 그 지역 환자들과 마음을 나누겠다는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수준이 낮은 의대 교육과정으로 아프리카의 많은 엘리트 의대생들이 해외로 유학을 가 현지에는 의사가 거의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병원 이름도 이미 지었다. ‘Heart to heart hospital & medical school’. 마음과 마음의 병원이란다.
“제 꿈을 ‘비현실적이다’, ‘미련하다’ 등 삐딱한 시선으로 보시는 분들도 있어요. 물론 굉장히 어려운 일이란 것 알죠. 하지만 아프리카에 의대를 설립하면 성공, 못하면 실패라는 이분법적인 생각은 지양해줬으면 해요. 이 꿈도 제 인생의 일부이고, 지금 이 순간 꿈을 위해 무엇을 한다는 게 더 중요하니까요.”
친구와의 작은 약속으로 의사로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를 깨달았다는 박소영 전공의. ‘의학’이란 재능으로 아픈 이들의 상처를 어루만지려는 박 전공의가 진정한 이 시대의 슈바이처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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